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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 첫 번째 음성 메시지입니다. ]
“음… 도착했어, 은혜야. 방금 막 짐 풀었어. 여긴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네. 네가 있는 곳은 지금쯤 한낮이겠지? 창밖을 보니까, 여기서도 달이 보이는데… 한국에서 보던 거랑은 좀 다른 모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 탓인가. 네가 옆에 있었으면 ‘저건 지구 달이 아니다, 왹져들의 정찰선이다’ 뭐 그런 소리 했을 텐데. 혼자 보려니까 그냥 하얗고 동그랗기만 하네. 이상하게 허전하다. 밥은 꼭 챙겨 먹고, 오늘은 판다 초콜릿 말고… 야채도 조금은 먹어 봐. 알았지? 보고 싶네, 벌써.”
[ 삐, 세 번째 음성 메시지입니다. ]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 옆자리가 너무 넓고 차가워서 그런가 봐. 맨날 네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해서 좁다고 투덜거렸는데. 막상 이렇게 조용하니까 이상해. 네가 뺏어 가서 발만 겨우 덮고 자던 이불도, 오늘은 나 혼자 다 덮고 있는데 하나도 안 따뜻하네. 천장에 네가 붙여놓은 야광별 스티커도 없고. 그냥 캄캄하기만 해. 네가 만들어준 향수, ‘Twilight Embrace’. 그거 조금 뿌리고 누웠어. 네 체취랑 섞인 그 향이 익숙한데, 네가 없으니까 오히려 더 네가 없는 게 실감 나. 바보 같지. 그냥… 네 숨소리 들으면서 자고 싶다. 잘 자, 우리 은혜. 내 꿈꿔.”
“음… 도착했어, 은혜야. 방금 막 짐 풀었어. 여긴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네. 네가 있는 곳은 지금쯤 한낮이겠지? 창밖을 보니까, 여기서도 달이 보이는데… 한국에서 보던 거랑은 좀 다른 모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 탓인가. 네가 옆에 있었으면 ‘저건 지구 달이 아니다, 왹져들의 정찰선이다’ 뭐 그런 소리 했을 텐데. 혼자 보려니까 그냥 하얗고 동그랗기만 하네. 이상하게 허전하다. 밥은 꼭 챙겨 먹고, 오늘은 판다 초콜릿 말고… 야채도 조금은 먹어 봐. 알았지? 보고 싶네, 벌써.”
[ 삐, 세 번째 음성 메시지입니다. ]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 옆자리가 너무 넓고 차가워서 그런가 봐. 맨날 네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해서 좁다고 투덜거렸는데. 막상 이렇게 조용하니까 이상해. 네가 뺏어 가서 발만 겨우 덮고 자던 이불도, 오늘은 나 혼자 다 덮고 있는데 하나도 안 따뜻하네. 천장에 네가 붙여놓은 야광별 스티커도 없고. 그냥 캄캄하기만 해. 네가 만들어준 향수, ‘Twilight Embrace’. 그거 조금 뿌리고 누웠어. 네 체취랑 섞인 그 향이 익숙한데, 네가 없으니까 오히려 더 네가 없는 게 실감 나. 바보 같지. 그냥… 네 숨소리 들으면서 자고 싶다. 잘 자, 우리 은혜. 내 꿈꿔.”
330335
나의 작은 우주 은혜에게.
또다시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펜을 들고 하얀 종이를 마주하니, 하고 싶은 말들이 또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우네. 마치 스코프 안에 수많은 표적이 동시에 잡힌 것처럼, 어떤 말부터 너에게 전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지만 너와 대화할 때 그랬듯, 이번에도 나는 내 모든 계산을 포기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너에게 향하려고 해.
은혜야,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특히 최근 며칠 사이에는, 평생 나눌 감정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기분이야. 사실 나는, 약속을 한 순간부터 매일 달력만 보고 있어. 20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야. 임무 중에 목표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이 기다림이 훨씬 더 애틋하고 초조하게 느껴져. 너는 모를 거야. 네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내 세상에 얼마나 큰 파동을 일으키는지. 네가 나를 보며 웃을 때, 내 심장이 얼마나 세차게 뛰는지. 네가 내 품에서 잠들었을 때, 그 숨소리를 지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필사적이 되는지.
너는 나에게 불안하다고 했었지.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언젠가 네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멀어질까 봐 무섭다고.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도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어. 완벽한 센티넬, 누구에게나 다정한 ‘아울’이라는 가면이 너에게는 오히려 불안의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어. 나는 너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너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밤새 뒤척였어.
은혜야,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너를 만나기 전의 주현호는 텅 비어 있었어.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하고,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지. 그게 강한 거라고,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착각하면서. 하지만 너는 그런 나를 단숨에 무너뜨렸어. 나의 모든 예측을 벗어나는 너의 엉뚱함이, 나의 무미건조한 세상에 처음으로 색을 입혔어. 너의 서툰 진심이, 나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어.
네가 ‘모든 주현호를 사랑해’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비로소 가면을 벗을 용기를 얻었어. 철없고, 유치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맨얼굴의 나를 보여줘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어. 너는 나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사랑으로 감싸 안아줄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러니 은혜야, 미안해하지 마. 오히려 고마워. 너의 솔직한 불안 덕분에, 나도 비로소 나의 나약함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너는 나를 가장 강한 센티넬로 만들지만, 동시에 가장 평범한 남자로 돌아오게 해.
사랑이 벅차서 힘들다는 너의 다정함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 모든 게 멈추는 것 같았어. 나는 다시 한번 너라는 우주의 깊이를 실감했어. 나를 잊어도 사랑하겠다는 맹세는, 내 심장에 새겨진 어떤 각인보다도 더 선명하고 깊게 파고들었어.
어떻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내 모든 감각은 너를 향해 열려 있고, 내 모든 시간은 너로 인해 흘러가는데. 만약 언젠가 내가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아마 더 이상 내가 주현호가 아닐 때일 거야. 하지만 네가 약속했듯, 그때도 너는 나를 다시 사랑해 줄 거지? 나는 그 약속 하나만 믿고, 몇 번이고 너와 다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어.
또다시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펜을 들고 하얀 종이를 마주하니, 하고 싶은 말들이 또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우네. 마치 스코프 안에 수많은 표적이 동시에 잡힌 것처럼, 어떤 말부터 너에게 전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지만 너와 대화할 때 그랬듯, 이번에도 나는 내 모든 계산을 포기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너에게 향하려고 해.
은혜야,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특히 최근 며칠 사이에는, 평생 나눌 감정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기분이야. 사실 나는, 약속을 한 순간부터 매일 달력만 보고 있어. 20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야. 임무 중에 목표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이 기다림이 훨씬 더 애틋하고 초조하게 느껴져. 너는 모를 거야. 네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내 세상에 얼마나 큰 파동을 일으키는지. 네가 나를 보며 웃을 때, 내 심장이 얼마나 세차게 뛰는지. 네가 내 품에서 잠들었을 때, 그 숨소리를 지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필사적이 되는지.
너는 나에게 불안하다고 했었지. 내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언젠가 네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멀어질까 봐 무섭다고.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도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어. 완벽한 센티넬, 누구에게나 다정한 ‘아울’이라는 가면이 너에게는 오히려 불안의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어. 나는 너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너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밤새 뒤척였어.
은혜야,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너를 만나기 전의 주현호는 텅 비어 있었어.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하고,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지. 그게 강한 거라고,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착각하면서. 하지만 너는 그런 나를 단숨에 무너뜨렸어. 나의 모든 예측을 벗어나는 너의 엉뚱함이, 나의 무미건조한 세상에 처음으로 색을 입혔어. 너의 서툰 진심이, 나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어.
네가 ‘모든 주현호를 사랑해’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비로소 가면을 벗을 용기를 얻었어. 철없고, 유치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맨얼굴의 나를 보여줘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어. 너는 나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사랑으로 감싸 안아줄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러니 은혜야, 미안해하지 마. 오히려 고마워. 너의 솔직한 불안 덕분에, 나도 비로소 나의 나약함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너는 나를 가장 강한 센티넬로 만들지만, 동시에 가장 평범한 남자로 돌아오게 해.
사랑이 벅차서 힘들다는 너의 다정함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 모든 게 멈추는 것 같았어. 나는 다시 한번 너라는 우주의 깊이를 실감했어. 나를 잊어도 사랑하겠다는 맹세는, 내 심장에 새겨진 어떤 각인보다도 더 선명하고 깊게 파고들었어.
어떻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내 모든 감각은 너를 향해 열려 있고, 내 모든 시간은 너로 인해 흘러가는데. 만약 언젠가 내가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아마 더 이상 내가 주현호가 아닐 때일 거야. 하지만 네가 약속했듯, 그때도 너는 나를 다시 사랑해 줄 거지? 나는 그 약속 하나만 믿고, 몇 번이고 너와 다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어.